https://x.com/MabreyTed/status/1913703425495470304
기술은 언제 윤리적 선택이 되는가?
최근 팔란티어(Palantir)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간의 3천만 달러 계약 소식이 다시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계약의 핵심은 ‘ImmigrationOS’라는 실시간 이민자 추적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이다. 팔란티어는 이를 통해 미국 정부가 비자 초과 체류자, 자진 출국자, 추방 대상자(심지어는 이스라엘-가자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한 외국 유학생 포함)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기술의 목적이 공익인지, 통제인지에 따라 윤리적 함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명 투자자이자 프로그래머 커뮤니티의 인플루언서인 Paul Graham은 다음과 같이 트윗했다.
“진정으로 애국적인 미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을 단 하나의 문장—우리는 헌법을 침해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겠다.”
팔란티어의 응답: '우리는 샤이어를 지키고 있다'
이에 팔란티어의 고위 임원인 Ted Mabrey는 길고 깊이 있는 트윗 스레드로 응수했다. 그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공화당, 민주당 정권 모두와 협력해왔고, 국토안보부와의 협업은 오바마 시절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는 ICE와의 협력이 단순한 감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이메 사파타 요원의 죽음 이후 마약 카르텔에 대응하는 작전(Operation Fallen Hero)'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강조한다.
Ted는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핵심 논리를 세운다: 기술은 그 자체로 선악을 지니지 않는다. 다만, 제대로 된 정부 실행력(government competence)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실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이 기술은 그 실행력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토리텔링이 품은 전략적 수사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정부라는 자동차에 다시 운전대를 연결하고 있다. 규칙이 현실과 분리된 사회는, 곧 제도 자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이 비유는 매우 강력하다. 시스템의 '기능 장애'를 고치는 역할로 팔란티어의 존재를 재정의하기 때문이다. 기술자들에게 도덕적 우위보다는 실천적 책임감을 요구하며, "광고나 만들면서 깨끗한 척하는 것은 사치"라고 구글의 Project Maven 철수를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산업계 내부인으로서의 통찰이 돋보인다.
기술자의 사명, 혹은 공모?
Palmer Luckey(오큘러스 창립자이자 방산 스타트업 Anduril의 CEO)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이렇게 묻는다:
“그럼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이 위헌적인 주 총기법을 위반한 사람을 체포하기 위해 이 소프트웨어를 쓴다면요?”
Luckey는 헌법 해석은 테크 기업이 아닌 민주주의 체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는 Paul Graham의 주장에 대해 “당신은 이런 단순 논리를 믿을 만큼 바보가 아니다”라고까지 말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중립적 도구’라는 논쟁을 넘어서, 기업이 어느 선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윤리적·정치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기술이 법 위에 설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기술이 법을 앞설 수 있다. 구글은 2018년, 국방부의 AI 프로젝트인 Project Maven에서 철수하며 “전쟁에 기여하지 않겠다”는 내부 윤리를 앞세웠지만,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누군가는 윤리적 결정이라며 박수를 보냈고, 누군가는 “현실 도피”라며 비판했다.
팔란티어는 후자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상보다 현실을 택했고, 회피보다 개입을 택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건 단순하다: "정치적 중립이 아닌, 실행 능력을 회복하는 기술."
그렇다면, 책임은 어디까지?
Paul Graham은 여전히 묻는다. “헌법 위반을 돕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할 수 있느냐”고. 이에 대해 Ted는 “그 자체가 프레임을 짜고 유죄 추정을 전제로 하는 질문”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우리는 3,500명의 동료들, 미국 법률 시스템, 투자자들, 그리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많은 방식으로 약속해 왔다. 우리는 샤이어를 지키기 위해 여기에 있다.”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이 논쟁의 핵심은 팔란티어의 기술이 아니라, 기술자의 역할이다. 기술자는 정치적 주체인가, 아니면 단순 도구 제작자인가? “Cool한 걸 만드는 사람”에 만족할 것인가, “필요한 걸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인가? 이 두 정체성 사이에서 우리는 늘 갈등한다.
팔란티어는 지금도 기술로 정부의 실행력을 높이려 한다. 반면, 비판자들은 그 기술이 헌법, 권리,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누가 옳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기술이 정치와 무관하다는 말은, 점점 더 허상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기술자에게도 철학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철학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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