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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AI 기술 평준화 시대, 진짜 경쟁력은 무엇인가?

by Vanyale 2025. 4. 16.

“같은 엔진을 단 자동차라면, 이제 중요한 건 운전자다.” 2025년 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를 이야기할 때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없을 것이다. AI 성능 간 격차는 눈에 띄게 줄었고, '좋은 모델'의 기준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제는 어떤 AI를 갖고 있느냐보다, 그걸 ‘어떻게’ 쓰느냐가 진짜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술은 평준화된다. 그리고 질문은 달라진다.

2025년 스탠퍼드 대학의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에 따르면, 상위 10개 AI 챗봇 모델 간 성능 차이는 불과 5% 이내로 수렴했다. 이는 단 1년 전, 12%에 달했던 성능 격차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의미다. 고성능 AI는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형 모델은 인간의 언어를 능숙하게 이해하고, 비슷한 정확도로 문장을 생성한다.

하지만 이런 평준화는 기술 분야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사례 중 하나가 스마트폰 시장이다. 2010년 초반, 스마트폰은 애플과 삼성의 독무대였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중국, 인도, 심지어 신생 스타트업들까지도 하드웨어 성능에서 거의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리고 시장의 관심은 '누가 더 빠른 칩을 썼는가'에서 '어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가'로 이동했다.

AI도 같은 흐름을 따라간다

AI 모델 간 기술적 격차가 작아질수록, 경쟁은 다른 국면으로 이동한다. 이제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똑같은 AI로, 누가 더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AI 기술 평준화 시대, 진짜 경쟁력

프롬프트 하나로 승부가 갈린다 – 쓰는 사람이 경쟁력이다

기술이 평등해질수록, 활용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누구나 GPT-4를 쓸 수 있지만, 누구나 그것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드는 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동일한 기술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스타트업은 LLM을 활용해 B2B 영업 이메일을 자동 생성해 매출을 3배 성장시켰고, 다른 교육 스타트업은 똑같은 모델로 학생 맞춤형 피드백 시스템을 만들었다. 둘 다 같은 AI 모델을 썼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기술은 같아도 문제를 정의하고 쓰는 방식이 다르면, 만들어내는 세계도 달라진다.

‘도메인 해커’의 시대

이제 중요한 건 코딩 실력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특정 도메인(교육, 금융, 의료 등)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문제 해결 역량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도메인 해커(Domain Hacker)’라 부른다. 이들은 AI 기술을 손에 쥐고, 도메인의 복잡한 문제를 기가 막히게 풀어낸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이 말했듯,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킨다”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AI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문제를 삼킨다는 시대다.

에코시스템 전쟁 – 모델이 아닌 플랫폼이 경쟁력이다

AI 성능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차별화를 시도한다. 바로 AI 에코시스템 구축이다. API 연동성, 플러그인 생태계,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 보안과 프라이버시 설정 등은 이제 모델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예컨대 OpenAI는 GPT 모델만 제공하지 않는다. ChatGPT를 기반으로 GPT Store, 플러그인 시스템, 사용자 맞춤 GPT 등 광범위한 플랫폼 전략을 펼치며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일부 기업은 뛰어난 모델을 보유하고도, 에코시스템 부족으로 사용자 기반 확대에 실패했다.

결국, AI는 ‘도구’일 뿐이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기술 그 자체’로만 바라보지만, 더 중요한 건 그 기술을 도구로 인식하는 태도다. 유명한 머신러닝 연구자 Pedro Domingos는 이렇게 말했다. “AI는 마법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마법처럼 써야 할 뿐이다.”

기술이 평준화된 지금, AI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똑같은 연필’이 되었다. 이제 중요한 건, 그 연필로 무엇을 그리는가,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가는가다.

맺으며 – '기술력'보다 '활용력'이 경쟁력이다

AI 기술의 평준화는 단순한 기술적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 구조와 경쟁의 본질을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다. 이 흐름 속에서 살아남고 앞서 나가는 이들은, 더 좋은 모델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늘 우리에게로 향한다. “나는 이 기술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